2024/01/24 ‘쉼’

그런 날이 있다.

오랜시간 오직, 앞만을 바라보며 달려온 사람에게 있어
쉼의 존재가 얼마나 큰 것인지 깨닫게 되는 날.

몸이 지쳐가고, 무거운 다리를 애써 이끌며,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순간을 마주하면서도
달리기를 멈추지 못하는 삶.

그럼에도 그런 날이 있다.

뜀이 걸음이 되고, 걸음이 멈춤이 되고
가쁜 숨이 잦아드는 순간이 찾아오며
모든 것이 정적에 휩싸이는 순간.

한참을 감았다 뜬 눈에는
희미하게 빛나던, 앞선 길이 아닌
수많은 발자욱으로 다져진 거칠고도 단단한
나의 지난 길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때가, 드디어 삶에 찾아온 ‘쉼’의 시간임을
깨닫게 되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고개를 돌려 다시 앞을 바라보는 것에,
멈춘 발을 떼어 다시 달려가는 것에,
희미한 빛줄기조차 없을지 모르는 불안함에,
잠시나마 쉼을 두려워하게 될지 모르지만

이 순간은 다시 오지 않을 것임을 나는 알고 있기에

무엇보다도 지금의 쉼의 시간을
최선을 다해 진심으로 마주해야 할 것이다.

2023/12/31 마무리에서 시작으로 이어지는 길

새로운 시작을 위한 마무리의 한 걸음

2023년은 무척이나 길었다.
그냥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 진심으로 너무나 길었다.

나름대로 사회생활을 많이 해 왔다고 여기고
그것들에서 얻어낸 나만의 경험치가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안팎으로 많이 단단해져 있다고 착각을 했었다.

언제일지도 모르는 나의 시간대에서 시작된 불안감은
다시금 생각해 보면 그다지 짧지도 길지도 않은
그런 나의 인생에 걸쳐 나 자신을 지배해 온
무서운 존재이자 동시에 나를 지탱해 온 동반자였다.

나는 나를 알고자 하기 이전에,
엄습해오는 불안감을 이겨내는데에만 집중하며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스스로를 몰아세우기에 바빴건만
그 원인은 모두가 내 안에 있었기에 언제나
무너지고, 쌓고, 다시 무너지고를 반복할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좋은 말을 듣고, 좋은 경험을 하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낸다고 하더라도
그것들을 통해 나 스스로가 변화하려 애쓰지 않는 이상은
결국 어디론가 흘러가버리는 것이 맞았다.

그렇기에 나는, 더욱 안으로 깊숙히 들어가버리게 되고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그러기 위해 노력해 왔던
존재들에게 큰 상처를 주면서도
오히려 제일 힘든 것은 나 자신이라며
높고 거대한 성벽을 쌓아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는
그 안에 나 자신을 채찍질하고 괴롭히며
누군가 나를 도와주길 바라는 아이러니 속에 살아왔던 것이다.

2023년은 그런 나에게 있어 많은 변화가 있던 한 해 였던 만큼
새롭게 시작하는 시간들을 위해 나를 다시 돌아보는 기회를,
그런 삶을 내 자신에게 주기위한 기다림의 시간이었나보다.

2023/11/29 생일보다는 떠나는 날이 기억되기를

어쩌다 보니, 벌써 또 생일이다.
시간이 많이 흘렀고, 경험도 그동안 많이 쌓였고,
그런데도 변한 것보다는 변하지 않은 것이 더 많은 느낌이다.

예전에는 그래도, 생일을 맞이하며 조금 더 나은,
무언가 더 나은 존재가 되어야 겠다는 생각이라도 했던 것 같은데
이제는 그런 생각도 별로 들지 않는다.

어쩌면,
호기심이나 열정같은 것이 이제 더이상 생겨나지 않는
그런 나이가 되어버렸나 싶기도 하고,
그게 아니라면,
어떠한 의지라고 해야할 만한 것이 많이 희석되어버려
무언가를 바라고 원하는 것 자체에 대해
필요함을 잃어버린 것이 아닐까

생일보다는,
떠나는 날이 아주 예술로 기억되면 좋겠다

영화의 대사처럼,
‘그 양반, 갈때도 아주 예술로 가는구만’
이런 탄성과 함께 다들 즐겁게 나를 기억했으면 좋겠다

이제 몇번의 생일이 더 남았는지 모르겠지만
다음번의 생일에는 이번보다는 조금만
덜 우울하고, 덜 근심하여, 덜 쫒기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평온한 삶이 어렵다는 것은 이미 알았지만
이리도 어려운 것인가

어떻게 가면, 갈 때도 아주 예술로 갈 수 있을까?

2023/11/28 어허, 솔직히, 이럴줄은 나도 몰랐다..

일단 시작하기 전에, 재미있는 사실은
나는 나 자신이 가진 어떤 ‘능력’이나 ‘재능’이란 것에 대해
대단하다거나 뛰어나다는 생각을 별로 해 본 적이 없다.

살아오면서 언제나 모자라고 부족하다 생각했을 뿐,
내가 가진 그 어떤 것들도 제대로 된 것이 없다고,
그래서 남들보다 못하다고, 뒤처지고, 열등하다 생각해 왔을 것이다.

하지만,
어허, 솔직히, 이럴줄은 나도 몰랐다.

내가 가진 여러가지의 경험들과 능력들, 그리고
약간은 평범하지 못한 그런 특이한 재능들이
하나씩 문제와 맞아떨어져 가며 가치를 만들어 내는
그런 세상이 내 주변에 존재해 왔던 것이다.

얼마나 신기한가
반평생을 자존감 부족과 열등감으로 살아만 왔는데
그런 세상이 멀고 험한 곳이나 무지개 넘어도 아니고
생각보다 근처에서 돌아가고 있었다는 것이.

그 세상에 들어가기 위해 내가 어떤 무언가를
희생했다면, 또 그런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없이 오히려
나에게 더 큰 기회와 안정이 주어지게 되어
조금은 당황스럽고 적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물론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나 지속되지도 않을 것이고
내가 이곳에서 보여주는 모습들이
이 세상의 구성원들이 나에게 바라는 것과
큰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런 것들은 보통 나중에 드러나니.

그렇지만, 나에게 있어 정말 중요한 것은
이런 세상도 현실로 존재한다는 것과
바닥난 자존감과 무기력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며
현실적이지 못한 희망만 바래왔던 내가
이 세상을 만나, 정상적으로,
매우 많이 정상적으로 돌아온데다가 이제는
뭔가 막 진취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사람의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점이겠다.

너무 높이 올라가면, 더 빨리 떨어지고 크게 다칠 것이고
그 상처로 인해 다시 도전을 두려워하게 되는 경우도
반드시 있다. 그러나,
난 높이 올라가 본 적도 없다. 그래서,
떨어져 다치고 상처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보다
한없이 올라가고 또 올라가
종국에는 태양에 이르러 재조차 남지않게 불타버려도
계속 한계를 만날 때까지 오르고 싶다는 생각 뿐이다.

어허, 솔직히
나도 이럴줄은 정말 몰랐다

세상에나

2023/09/26 틈이 없다, 불안하고 우울해 할?

다른 글을 통해 쓸 일이 있겠지만,
2023년의 8월과 9월은 정말 스/펙/타/클 그 자체였다.

어쩌면 다시금, 불안함과 우울함을 참지 못하고
감정의 폭발과 무기력감의 어마어마한 간극 속에서
하루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의
예전, 그때의 내 모습으로 돌아갈 뻔 했던 시기였다.

나는 매우 유약한 사람이다.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하고, 웃으며 소통하고,
함께 무언가를 해 내며, 그리고 즐겁게 마무리하는 사회생활들이
나에게는 매우 힘겨운 일 중에 하나이다.

속칭 ‘기가 빨린다’라는 표현을 쓰는데,
사회 속에서의 내 모습은 항상 무언가에 기가 빨리고 있는 형상이다.

이런 내가, 고등학교라는 어느정도의 폐쇄성을 가진
그다지 크지 않은 집단에서 벗어나
대학이라는 거대한 사회 속에서 활동을 하게 되었을 때
내가 맞이한 충격은 어떠했을지.

몇가지 에피소드들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내 자신이 유약한 사람이라는 변명과 더불어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공감하고 그 사람의 입장에서 어떠한 것을
생각하는 버릇이 들어있지 않는 사람이었다.
아니, 지금도 그 모습은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이 더 충격적이다.

아무튼,

2023/07/21 게으름과 함께 살아가는 삶

나는 정말 게으르다.

어렸을 때 부터 정말 게으른 아이였고, 젊을때도 게을렀으며
어느정도 나이를 먹은 지금도 게으르다.

이 게으름이 심상치 않은 수준임을 깨닫고
적극적으로 고쳐보려 노력을 시작한 시기조차도
모두가 무언가를 새삼 깨닫는 군대 시절이었다.

하지만, 늘 중요한 것은,
꺠달음과, 실천력은 별개의 문제다

이등병, 일병 때와 같이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때는
꺠달음에 따른 실천이 함께 했지만
상병에 이르러 내무실에 내가 제일 고참이 되자마자
모든것은 게으름으로 다시 돌아가버렸다.

아무리 멋지고 아름답고, 대단한 꺠달음을 얻었을지라도
그것이 머릿속에서만 돌아가는 찻잔 속 태풍에 불과하다면
그냥, 조용히 내면의 폭풍을 음미하며 살아가는 것으로
만족하면 될 것인데.

난 그렇지 못했다. 늘 게으르고, 게으른 내가 싫고
그래서 바뀌려고 하고, 하지만 바뀌지 않고
또 게을러졌다.

그래서 급기야는,
난 그냥 게으른 사람임을 인정하고
어떻게든 나를 멱살을 잡아 데려가는 방법에 대해
연구를 해보려는 생각도 있었으나
내가 나에게 반발하는 상황이 생겨났다.

그리고, 더욱 게을러지고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해
고도의 변명과 이유를 만들어 내는 기술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안되겠다. 그냥.
난 게으르게 살아야겠다.
1시간 일하면 2시간 쉬고,
2시간 일하면 4시간 쉬고,
하루를 일하면 다음날은 쉬고,
그렇게 해야겠다.

방법은 늘 있다.
일의 밀도를 높이면 될 것이다.
어차피, 돈을 벌고 살아가려면 일을 해야 할테니
일을 하는 시간 동안
몇배의 능률을 보이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그리고나서 게을러질 때는 한없이 게을러지는 것이다.
할 때는 확실히, 그리고 평소에는 맘껏 게을러지자.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게으름을 위해
어떻게 행동할지 설계를 해보아야겠다.

2023/02/12 매몰되지 않는 삶을 살겠다고 선언한지 겨우 한 달

광주, 어느곳. 2023년 2월

2022년을 보내고, 2023년을 맞이하고,

들뜬 마음과 차분한 마음이 동시에 어우러져 정신이 없었다고 쳐도

이렇게 한 달, 그리고 보름이 훌쩍 넘어갈 동안 나는

내가 ‘뱉은’ 말에 대해 얼마나 지켜내고 있었던 것인가?

2023/01/10 정말 다사다난했던 2022년

2022년, 정말 다사다난했다.
2021년을 보내며 2022년을 맞이했던 약 1년 전을 생각해보면
2022년에 이렇게 어마어마한 일들이 생길 줄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것이 아이러니.

일단은,
2021년에 이루지 못한 공부를 끝내고 애를 써 취업을 하였지만,
생각보다 심각하고 어이없는 상황과 맞딱뜨리며 마음 고생을 심각하게 겪게 되었고
심리적으로 육체적으로 너무나 힘든 2021년 말, 그리고 2022년 초반을 보내던 중!

인생의 전환점이 될 이벤트를 겪으며 새로이 도전해보자는 마음이 새록새록 생겨나
모험심 반, 될대로 되라는 마음가짐 반으로 회사를 그만두어버렸다!

그림도 그리고, 음악도 만들어 보며 재미나게 살아보자!라는 마음과 함께
경제적인 측면은 다양한 일거리를 통해 채워나가려는 계획이었더랬다.

그러나!

저 ‘경제적인 측면’이 발목을 심각하게 잡았다. 매우 심각하게.

새롭게 일을 시작한 곳은 문자 그대로 체력적인 부분을 요구하는 곳으로
하루 할당량을 채우는 것에서 이미 육체적 한계를 느낄 정도가 되었고
그에비해 각종 공제를 거친 급여는 심각한 수준으로 적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전에 회사를 다니던 수준으로 수익을 만들어 내려면
잠을 잘 시간도 없이 아르바이트와 부업을 병행해야 하였기에
그림이나 음악은 커녕, 정상적인 휴식조차 취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아.. 이렇게는 안되겠구나 싶어 다시 내가 있던 업계로 돌아가고자 여기저기 문을 두드렸으나
면접의 기회조차 돌아오질 않은 채 몇 달의 시간이 지나가버렸고
그만큼 내야할 돈은 쌓여만 가는 모습을 마주하며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는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드디어 2022년 말,
어렵사리 얻게된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되어 다시 업계로 돌아올 수 있게 되었고,
돈문제에 있어서도 방법을 찾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게 되는,
정말 매우 큰 선물을 얻게 되는 2022년의 연말을 보냈다.

어려운 일들이 계속되고, 절망적인 상황을 마주하며 힘든 나날을 보냈지만
결국에는 모든 것이 잘 해결되고, 또 잘 해결되리라는 희망을 안게 되었다.

배운 것은 한가지.
움직이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다.

무엇이든 찾아보고, 예상이 결과와 다르다면 또 다시 찾아보고
방법을 찾아내고 문제를 해결하면서 얻는 즐거움이
절망에 빠져 아무것도 못하는 상황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나의 정신과 육체를 행복하게 만드는 점이라는 것이다.

2022년 말을 맞이하던 어느날의 새벽에,
혼자 길을 걸으며 생각했던 말,
‘편안함에 이르기’
쉽지 않은 것이지만, 결코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는 것을
내가 느낀 바를 통해 누군가에게도 전해주고 싶다.